선거구 획정 합의를 위한 마라톤협상이 결렬 된 가운데 여야는 서로에게 그 책임을 돌린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은 여야의 담판협상이 최종적으로 깨진 것과 관련 '청와대의 힘'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4+4 회동이 끝난 뒤 국회를 떠나는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개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지금까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 경우에는 청와대 발 아이디어가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어 "지금까지는 그런 추측을 한다"며 더 이상 설명을 하지는 않았다.

새정치연합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이 전날 제시한 '균형의석' 제도를 담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새누리당에서는 이를 수용하는 전제조건으로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다시 요구하면서 협상이 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전날 제시한 안을 받겠다고 했는데, 논의 주제와는 관계없는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을 들고 나온 것은 새누리당의 단독 판단이 아니라 청와대의 개입이라고 새정치연합은 보고 있는 것이다.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우리가 비례대표를 7석이나 줄이겠다고 했고, 대신 우리도 명분이 필요하니까 연동형 비례제를 부분적으로 도입하자고 했다. 그런데 새누리당에서 이마저도 못 받겠다고 하고, 느닷없이 선진화법 이야기가 나왔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야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국회선진화법 개정의 주고받기 식 '딜'을 제안한 후 당 최고위원들과의 논의를 거쳤지만 최고위원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제안을 거둬들였다”고 밝혔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새정치연합 이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해서 국회선진화법 결부 문제는 우리 당의 동의를 못 얻었으니 (선거구획정과) 결부를 안 하는 것이 좋겠다고 통보했다"며 "이제 다른 논의를 해보자고 하니 나가버렸다"며 국회선진화법은 없던 일로 하자고 야당에 제안했는데 협상이 깨졌다는 것이다.

이날 국회 본회의 의결에 따라 국회 정개특위의 활동시한이 다음달 15일까지로 연장된 만큼, 법정시한을 넘겨서라도 선거구 획정에 관한 합의안 도출을 시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협상 전망은 밝지 않다. 새누리당은 극적 합의를 못 이룰 경우 현행 의석수(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를 기준으로 총선 전략을 세우겠다며 야당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새정치연합은 다음 주에 심기일전해 더 분명하고 여러 뜻을 두루 살펴 선거구 문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혀 여지를 남겼다.

이동후 기자  ceo@ev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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