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9시 3분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181명이 탑승한 여객기가 추락해 소방대원들이 사고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사고가 난 항공기는 방콕발 제주항공 2216편으로, 랜딩기어 고장으로 동체 착륙하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24.12.29/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생사 확인도 안 됐는데 벌써 '유가족' 이라뇨. 다 죽었다고 확정 짓는 건가요?"

전남 무안국제공항 항공기 추락사고가 발생한 29일 오후 2시.

공항 건물 1층 대합실에 모인 실종자 가족들은 각각 항공사와 공항 측을 찾아 분노를 터뜨렸다.

현장에서 만난 가족 A 씨는 "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5시간이 지났는데 수습 상황을 설명해주는 담당 직원 하나도 얼굴을 볼 수 없다"면서 "공항은 항공사 측, 항공사 측은 공항, 소방은 수습만 한다고 하고 서로 책임 미루기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실종자 가족들의 불만은 사고 직후부터 쌓여갔다.

이날 공항공사는 사고 1시간 뒤인 오전 10시쯤부터 '가족 대기실'과 '브리핑 룸' 등을 마련해 운영했는데 이들이 가족 대기실의 명칭을 '유가족 대기실'로 붙이면서다.

사고가 난 항공편에 언니가 탑승하고 있다는 30대 B 씨는 "'유가족 대기실' 이라고 써놨는데 내가 어떻게 들어가겠냐. 거기 들어가면 언니가 죽었다고 내가 인정하는 것 아니냐"면서 황당해 했다.

이어 "다른 가족 중 한 분이 '유가족' 이라고 써있는 종이에서 '유' 자를 찢어버렸다"면서 "공항 측은 사고가 난 직후부터 모든 탑승객이 죽었다고 확정하고 있는 것이냐. 그렇다면 빨리 후속 대책을 내놓던가 뭐하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또 다른 가족 C 씨는 "가족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해줘야지 몇 시간째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면서 "어느 병원으로 이송하는지, 앞으로의 수습 대책은 어떻게 되는지 구체적인 대안을 내놔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서 다 포기한 것 아니냐. 가족들한테 희망을 줘야지 언론에서 '다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해놓고 이렇게 방치만 하면 우릴 버린 것 아니냐"고 한탄했다.

한편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분쯤 무안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 여객기가 활주로를 넘어 공항 외곽 담벼락을 들이받아 폭발했다.

여객기엔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181명이 탑승해 있었고 소방당국은 구조자 2명을 제외한 모든 탑승객이 숨진 것으로 보고 구조작업을 수색작업으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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